[AI와 같이 고친 에러들] 할인 0%인데 왜 가격이 낮지, 배지 하나가 만든 오해

며칠 전 견적서 화면에 수량 입력과 합계 표시를 넣는 작업을 AI에게 맡겼다. 간단한 기능 추가라고 생각했다. 수량 칸 하나 열고, 아래에 합계 금액 하나 보여주면 끝나는 일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나고 화면을 보다가 전혀 다른 걸 발견했다. 상품 가격 옆에 빨간 글씨로 `(21%)`, `(24%)` 같은 숫자가 떠 있었다. 할인율 입력칸은 분명히 0%로 되어 있는데, 저 퍼센트는 뭐지 싶었다. 혹시 수량 기능을 추가하면서 할인이 멋대로 걸린 건 아닐까, 처음엔 그렇게 의심했다.

AI에게 물어봤더니 처음 답은 “할인이 적용된 게 아닙니다”였다. 공장도 가격과 실제 판매가를 비교해서 나온 차이일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맞는 말이긴 한데, 비개발자 입장에서는 그 설명만으로는 답답했다. 할인칸이 0%인데 가격 자체가 왜 공장도보다 낮게 잡혀 있는지, 그 이유는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할인이 아니다”라는 말은 사실이지만, 내가 궁금했던 질문에는 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이 금액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근거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제서야 진짜 원인이 나왔다. 상품마다 저장된 가격이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권장가, 대리점가, 양판점가, 행사가, 공장도가 같은 식으로 다섯 개 넘는 가격표가 DB에 이미 들어 있었고, 견적서 화면은 그중 하나인 “권장가”를 기본값으로 자동으로 골라 보여주고 있었다. 권장가가 공장도보다 20% 넘게 낮다 보니, 화면에는 마치 할인된 것처럼 보이는 숫자가 뜬 것이었다. 할인율 칸과는 전혀 상관없는,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던 기본 동작이었다.

여기서 한 번 더 헷갈렸다. 원인을 알고 나니 “그럼 이대로 두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린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동작하는 거니까. 그런데 막상 화면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금액이 왜 그 값으로 나왔는지 설명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담당자가 아니면 저 숫자가 할인인지, 원래 그런 가격인지 구분할 방법이 없었다. 비개발자 입장에서는 숫자가 맞는지 틀린지보다, 그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불안했다.

그래서 요청을 바꿨다. 가격 자체를 바꾸지 말고, 지금 보이는 금액이 어느 가격표에서 나온 것인지 화면에 보여달라고 했다. 그리고 필요하면 다른 가격표로 바로 바꿀 수 있게도 해달라고 했다. AI가 다시 손을 대서, 상품 행 아래에 작은 선택줄을 하나 추가했다. 저장된 가격표 목록이 버튼으로 나오고, 버튼을 누르면 그 가격이 기준이 되면서 아래 설명도 같이 바뀌는 식이었다. 예를 들면 “권장가 343,000원 (공장도 434,500원 대비 21% 낮음)” 같은 문구가 붙었다. 할인을 추가로 넣으면 그 위에 “할인 10% 적용 308,700원”처럼 한 단계 더 붙어서 나왔다.

고치고 나서 다시 보니 이번엔 다른 작은 문제가 눈에 띄었다. 수량 입력칸을 상품명 옆에 붙였더니 상품명이 길 때 글자가 겹쳐 보였다. 작은 화면 레이아웃 문제였는데, 이건 수량·합계 칸을 가격표 선택줄과 같은 자리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이번 일로 배운 건 생각보다 단순했다. AI가 “이건 오류가 아니다”라고 말하면 그 말 자체는 보통 맞다. 그런데 비개발자가 실제로 궁금한 건 “오류냐 아니냐”가 아니라 “왜 이 값이 나왔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되고 있느냐”는 쪽이다. 같은 숫자를 두고도 개발자는 “계산이 맞다”로 끝나지만, 쓰는 사람은 “맞는 건 알겠는데 왜 맞는지가 안 보인다”에서 막힌다. 그 틈을 좁히는 작업이 결국 기능 추가보다 더 중요한 수정이었다.

AI와 일하면서 점점 느끼는 건, 한 번에 맞는 답을 받는 것보다 “이 설명으로는 부족하다”고 되물을 수 있는 감각이 더 쓸모 있다는 점이다. 처음 들은 설명이 틀리지 않았어도, 내가 궁금한 지점과 다르면 거기서 한 번 더 파고들어야 한다. 비개발자가 AI를 도구로 잘 쓰는 법은, 결국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다시 물어야 하는지를 아는 일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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