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같이 고친 에러들] 막힌 사이트가 오히려 안전장치였다

쇼핑몰 상품 상세에 타이어 효율등급(연비·젖은노면)이라는 숫자가 1~5로 떠 있는데, 이게 뭔지 모르는 고객이 많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참고할 만한 사이트를 하나 찾아서 “여기 보고 우리 설명도 보강해줘”라고 AI에게 던졌다. 솔직히 속으로는 ‘그 사이트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 붙이면 금방 끝나겠지’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단순하게 안 풀렸다. AI가 그 페이지에 접속하려는데 “Just a moment…”라는 화면만 뜨고 403 에러가 난다는 거다. Cloudflare 봇 차단에 걸린 거였다. 여기서 “그럼 좀 돌아가서라도 가져와 봐”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AI가 먼저 “우회하는 방식은 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처음엔 살짝 답답했다. 그냥 내용 몇 줄 베끼는 건데 뭐가 문제냐 싶었으니까.

그런데 다시 들여다보니 그 사이트도 결국 공공데이터포털의 공시 자료를 가져다 쓰는 곳이었다. 우리가 이미 쓰고 있는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와 출처가 같다는 뜻이다. 즉 그 사이트를 베껴봐야 데이터 자체는 새로 늘어나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 사이트가 진짜로 갖고 있던 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문장뿐이었다. 비개발자 입장에서는 여기서 한 번 머리가 정리됐다. 내가 원했던 건 남의 사이트 데이터가 아니라, 우리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안내 문구였던 거다. 🙂

사실 이 부분은 전에 [[AI와 같이 고친 에러들] 상세페이지 HTML을 지우던 자동화, 태그를 살려야 했다](https://kimvibe.kr/ai%ec%99%80-%ea%b0%99%ec%9d%b4-%ea%b3%a0%ec%b9%9c-%ec%97%90%eb%9f%ac%eb%93%a4-%ec%83%81%ec%84%b8%ed%8e%98%ec%9d%b4%ec%a7%80-html%ec%9d%84-%ec%a7%80%ec%9a%b0%eb%8d%98-%ec%9e%90%eb%8f%99%ed%99%94/)에서도 비슷하게 헤맸던 지점이라, 그때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다.

그래서 AI에게 그 사이트 문장을 옮기지 말고 직접 써보라고 했다. “1등급이 가장 좋고, 연비는 구를 때 생기는 저항이 작을수록, 젖은노면은 비 오는 도로에서 제동이 잘될수록 높게 평가되며, 같은 모델이라도 규격마다 등급이 다를 수 있다”는 식으로 쇼핑몰 상세와 내부 관리 화면 양쪽에 짧게 넣었다. 수치를 부풀리지 않고, 과장된 표현 없이 담백하게.

그다음부터는 더 성가신 일이 이어졌다. 이 작업은 쇼핑몰 코드와 내부 관리 시스템 코드, 두 개의 저장소에 걸쳐 있었다. 귀찮아서 “한 번에 두 폴더 다 저장하고 커밋해줘”라고 명령어 하나로 몰아서 시켰는데, AI 작업 환경이 “이 세션은 지금 작업 공간이 분리돼 있어서, 복잡한 명령은 범위를 확인할 수 없으니 거절한다”며 멈춰 섰다. 처음엔 번거롭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저장소 두 개가 뒤섞여서 엉뚱한 쪽에 잘못 커밋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전장치가 나 대신 한 번 더 확인해준 셈이었다.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코드를 바꾼 뒤 타입 검사를 돌렸더니 에러가 하나 떴다. 순간 ‘내가 또 뭔가 잘못 건드렸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내가 손댄 파일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다른 화면의 문제였다. AI가 그걸 짚어주면서 “이건 제가 바꾼 부분과 무관합니다”라고 말해줬다. 비개발자 입장에서는 에러가 뜨면 일단 내 탓인 줄 알고 당황하게 되는데, 이걸 통해 ‘지금 뜬 에러가 내가 만든 건지, 원래 있던 건지’를 먼저 구분하는 습관이 생겼다.

규칙을 늘리는 작업도 그랬다. 타이어 모델명을 효율등급 데이터와 연결하는 패턴을 더 추가했는데, 바로 적용하지 않고 “기존에 맞던 매칭이 하나라도 바뀌었는지”부터 전수로 비교했다. 결과는 기존 매칭은 하나도 안 바뀌었고 새로 157건만 늘었다. 이 확인이 없었으면 그냥 “늘었으니 됐다”고 넘겼을 텐데, 혹시라도 기존에 맞던 걸 잘못 건드렸는지는 따로 봐야 하는 일이었다.

돌아보면 오늘 하루는 뭔가 ‘빠른 길’이 세 번이나 막힌 날이었다. 남의 사이트 베끼기, 명령어 한 번으로 두 저장소 몰아서 처리하기, 에러 뜨면 바로 수정하기. 셋 다 당장은 편해 보였지만, 막힌 이유를 들여다보니 하나같이 더 정확한 결과로 가는 신호였다. 비개발자로서 배운 건, AI가 “안 됩니다”라고 할 때 짜증 내지 말고 왜 안 되는지 한 번 더 물어보는 습관이다. 대부분 그 답 안에 내가 놓치고 있던 위험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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