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발자 자동화 노트] 재고조사표 빈칸에 회색 DOT를 넣으며 배운 것

재고조사표를 출력할 때는 일부러 빈칸을 남겨 둡니다. 현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적어야 하는 칸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빈칸이 오히려 애매했습니다. 시스템에 이미 DOT 값과 수량이 있는데도 인쇄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현장에서는 “이걸 새로 전부 확인해야 하나?” 하고 헷갈릴 수 있었습니다.

김부장 입장에서는 단순한 요청이었습니다. “기존에 입력된 값은 회색으로 살짝 보여 주고, 실제 확인 결과가 다르면 손으로 고칠 수 있게 해 달라.” 말은 간단했지만 AI와 함께 로그를 살펴보니, 이 일도 몇 단계로 나눠 봐야 했습니다.

첫 번째로 막힌 지점: 빈칸은 버그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DOT1, DOT2 칸이 비어 있으니 값을 읽지 못하는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코드를 따라가 보니 원래 설계부터 빈칸이었습니다. 재고조사용 인쇄물이어서 현장에서 직접 적으라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서 배운 점은 화면이나 출력물에 아무것도 없다고 해서 무조건 데이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의도적으로 비워 둔 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전에 [비개발자 자동화 노트] 사이즈로 정렬해달라고 했는데, 왜 글자 전체로 줄을 세우고 있었을까에서도 비슷하게 헤맸던 지점이라, 그때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다.

두 번째로 확인한 것: 값은 어디에 이미 있었나

AI는 먼저 관련 파일을 찾은 뒤, DOT 값을 저장하는 부분과 인쇄물을 만드는 부분을 나눠 살펴봤습니다. 편집 화면에는 DOT를 입력하고 저장하는 흐름이 있었고, 인쇄 쪽에도 값을 파싱하는 함수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값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인쇄 행을 만들 때 해당 값을 셀에 넣지 않고 빈 문자열로 남겨 두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대목이 재미있었습니다. 비개발자인 저는 ‘데이터가 있느냐, 없느냐’만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데이터 조회, 값 가공, 화면 표시, 인쇄 표시가 각각 다른 단계였습니다. 어느 단계에서 값이 빠졌는지 나눠 봐야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정한 기준: 검정이 아니라 회색으로

이번 수정의 핵심은 단순히 값을 넣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검정 글씨로 꽉 채우면 이미 확정된 값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값은 연한 회색으로 왼쪽 정렬해 표시했습니다. 값이 없으면 지금처럼 빈칸으로 두고, 값이 있으면 ‘시스템이 알고 있는 참고값’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AI가 제안한 방법은 DOT와 수량 칸의 기존 값을 회색 span으로 감싸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DOT와 수량은 회색으로 보이고, 현장에서 확인한 값이 다르면 그 위에 손으로 고쳐 적을 수 있습니다. 기계가 알고 있는 값과 사람이 확인해야 할 값을 일부러 시각적으로 구분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일: 빌드와 변경 사항 확인

수정 뒤에는 빌드를 돌려 통과 여부를 확인하고, 변경된 줄도 다시 살펴봤습니다. 빈칸이던 네 칸에는 회색 참고값이 들어가고, 값이 없으면 여전히 빈칸으로 남도록 처리됐습니다. 이후 커밋과 푸시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작은 출력물 수정처럼 보여도 실제 업무에서는 이런 차이가 현장 확인 시간을 줄여 줍니다.

이번에 김부장이 배운 것은 “자동화는 값을 채우는 것만이 아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떤 값은 확정값처럼 보여야 하고, 어떤 값은 참고값처럼 보여야 합니다. 비개발자에게도 이 구분은 중요합니다. AI에게 요청할 때도 “값을 보여 줘”가 아니라 “이미 있는 값은 참고용 회색으로 보여 주고, 수정할 여지는 남겨 줘”라고 말해야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집니다.

바이브코딩은 코드를 쓰는 일보다, 내가 본 현상과 시스템 안의 실제 흐름을 맞춰 가는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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