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시스템을 고치다 보면 저는 아직도 제일 무서운 말이 있습니다. “수정했다는데 화면에는 그대로인데요?”라는 말입니다.
개발자라면 바로 구조를 떠올리겠지만, 비개발자인 김부장 입장에서는 일단 당황합니다. AI가 파일을 고쳤고, 빌드도 통과했고, 커밋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화면에는 원하는 숫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작업도 딱 그런 흐름이었습니다.
계산은 맞는데 화면은 그대로였다
상품 목록에서 재고 숫자를 보여 줄 때, 일반 창고 재고와 따로 봐야 하는 오래된 재고를 구분해 괄호 안에 표시하고 싶었습니다. 말로는 단순했습니다. “일반 재고는 그대로 두고, 별도 재고는 괄호 안에 보여 줘.” AI도 처음에는 계산 로직과 화면 파일을 찾아 수정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일이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막힌 지점은 ‘맞는 계산’과 ‘사용자가 보는 화면’이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데이터 계산 로직은 공유되고 있었지만, AI가 손댄 화면 파일은 실제 주소에서 렌더링되는 파일이 아니었습니다. 예전 리뉴얼 과정에서 남은 듯한 큰 파일이 있었고, 이름만 보면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가 보는 화면은 다른 page 파일에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전에 [비개발자 자동화 노트] 사이즈로 정렬해달라고 했는데, 왜 글자 전체로 줄을 세우고 있었을까에서도 비슷하게 헤맸던 지점이라, 그때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확인했다.
빌드 성공이 화면 반영을 뜻하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 막힌 지점은 빌드 성공이 주는 착시였습니다. 빌드가 통과했다는 말은 코드가 문법적으로 망가지지 않았다는 뜻이지,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이 그 파일을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또 배웠습니다. ‘빌드 통과’와 ‘현장 화면 반영’은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AI와 함께 확인한 과정은 단순하지만 중요했습니다. 먼저 어떤 파일이 실제 라우트에 연결되어 있는지 다시 찾았습니다. 그다음 재고 컬럼을 진짜 화면 파일에 다시 반영했습니다. 이전에 고친 미사용 파일은 바로 지우지 않고, 왜 남아 있는지와 어떤 기능을 담고 있는지도 따로 확인했습니다. 괜히 정리한다고 지웠다가 다른 참고 기능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듯한 파일명보다 연결 흐름을 봐야 했다
세 번째로 남은 교훈은 ‘그럴듯한 파일명’을 믿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개발자라 파일명이 비슷하면 같은 화면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improved, new, page 같은 단어가 붙어 있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에서는 파일명보다 라우팅, import, 렌더링 흐름이 더 중요했습니다. 사용자가 보는 화면과 연결된 파일을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고쳐도 허공에 칠하는 셈이었습니다.
이번 작업이 재미있었던 건 AI도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AI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AI와 일할 때도 검증 질문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파일이 진짜 화면에 연결되어 있나요?”, “수정한 내용을 실제 빌드 결과에서 확인했나요?”, “비슷한 미사용 파일은 없나요?” 같은 질문이 비개발자에게도 꽤 강력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증상을 기준으로 문제를 나누는 습관
김부장이 배운 점은 이렇습니다. 자동화와 바이브코딩에서는 코드를 많이 아는 것보다 증상을 기준으로 질문을 잘 나누는 일이 먼저일 때가 많습니다. 데이터가 틀린 건지, 계산은 맞는데 화면 파일이 다른 건지, 화면도 맞는데 배포가 안 된 건지 순서대로 쪼개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비슷하게 ‘비어 있어야 할 칸’과 ‘시스템이 이미 알고 있는 값’을 인쇄물에서 어떻게 구분했는지 적어 보려고 합니다. 작은 회색 표시 하나도 현장에서는 꽤 중요한 힌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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